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고재철 교수
Q. 암성통증이 무엇인가요?
고재철 교수 = 암성통증이란 암 환자들이 겪는 모든 통증을 말합니다. 유병률은 암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암 초기에 50% 이상, 말기 암 환자에서는 70% 이상, 그리고 암이 완치 후에도 30~40% 정도에서는 통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성통증은 대부분 내장성 통증, 신경병성 통증, 체성 통증이 혼재되어 있는 혼합형 통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체성 통증이란 암이 있는 ‘그 부위’가 아픈 것을 말하고, 내장성 통증은 암 때문에 내장기관에 생기는 연관통을 나타냅니다. 또 신경병성 통증은 암으로 자극되는 신경이 분포하는 범위가 아픈 것을 말하는데요, 암의 종류와 위치, 퍼진 범위 등에 따라 다양한 통증이 혼재되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암성통증은 그런 통증들을 모두 타겟해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 암성통증으로 암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있나요?
고재철 교수 = 사실 암치료 중단의 가장 흔한 원인은 기저질환의 악화, 또는 합병증의 발생입니다. 그런데 이런 합병증이 암성통증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여러 가지 진통제 사용이나 치료 과정에서 더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두에서 말씀하셨듯이 암성통증 자체 때문에도 더 이상 치료를 견디기 힘들어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요. 발 통증 자체 때문에도 더 이상 치료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서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요. 그래서 그 두 가지 측면에서 통증 조절이 매우 중요합니다.
Q. 암성통증 단계별 치료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고재철 교수 = 가장 중요한 얘기인데요, 암성통증의 치료는 통증 단계별로 약물 치료부터 전문가에 의해서 진행돼야 합니다. 암 환자분들은 보통 마약성 진통제를 가장 많이 쓰시는데요, 마약성 진통제도 정말 여러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에 그 종류를 알고 쓰셔야 합니다. 진통제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이 마약성 진통제이지만 그만큼 많이 쓸수록 부작용도 크고 내성이 빨리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모든 암성통증은 여러 가지 기전이 함께 작용하는 혼합통증이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 외에도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 소염제 등을 병용해서 적절히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을 최소량으로 점점 줄여가면서도 극대화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물사용에서부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라면 중재적 시술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진통제는 대부분 전신에 작용하기 때문에 보통 많은 용량의 약물을 투여해 필요한 부위에서 작용하기를 원하는 건데요, 암이 전신에 퍼진 경우도 있지만 특정 부위가 극심하게 아픈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 중재적 치료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정 부위의 통증이 있다는 것은 결국 그 부분의 신경이 자극돼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 간, 췌장, 부신, 소장, 대장암 등으로 인한 상복부 통증에는 복강 신경차단술을, 하복부와 골반 통증에는 상하복 신경차단술을, 직장암이나 항문 전이 등으로 인해 항문, 회음부 통증이 있는 경우 외톨이 신경차단술을, 그리고 체부나 흉벽 통증은 늑간 신경차단술 등으로 그 부분의 감각 신경만 선택적으로 파괴해서 통증을 잡아줄 수 있습니다.
결국 암성통증의 관리는 처음에 약물치료부터 시작하면서 중재적 시술도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척수강내 약물주입펌프는 마약성 진통제와 중재적 시술을 다 했는데도 암이 계속 치료되지 않고 진통제의 사용량이 많아진 경우 펌프를 고려하게 됩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경구 투여, 정맥 투여, 점막이나 비강 내 주입 등 여러 가지 경로가 있는데 이 경로에 따라 작용 시간과 합병증이 다릅니다. 물론 먹는 진통제가 부작용이 가장 적은데, 모르핀 기준으로 정맥으로 투여하는 용량의 3배 정도를 먹어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결국 뇌에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뇌와 연결되어 있는 경막 하에 투여하게 되면 먹는 진통제의 30분의 1의 용량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아예 척수강으로 직접 투여를 하게 될 경우 무려 300분의 1의 용량만으로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척수강으로 1mg만 투여해도 먹는 진통제 300mg을 먹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그래서 진통제를 하루에 200mg 이상 투여해야 겨우 통증이 조절되시는 분이라면 척수강내 약물주입펌프 시술을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진통제를 고용량으로 오랜 기간 쓰다보면 내성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부작용 발생률도 높은데 아주 적은 용량으로 척수강에서 작용하게 하면 효과는 같지만 부작용과 내성은 많이 줄일 수가 있는 것이죠.
이미지 출처: medgadget newsletter
약물주입펌프 시술은 척수강 안의 가장 필요한 위치에 관을 삽입하고 복부 쪽으로 펌프를 심게 되고, 수술 시간은 보통 두 시간 이내로 가능합니다. 펌프 안에 최대 200mg까지 들어가도록 하고 리모컨 조절만으로 약물이 조금씩 척수강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죠. 이렇게 해서 환자분의 상태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 가면서 부작용은 줄이고 효율적으로 통증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펌프는 최대 용량이 설정되어 있어서 한 번 약물이 주입되면 몇 분간은 리모컨을 눌러도 약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루에 주입 가능한 최대 용량을 설정해서 정해진 용량 내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암성통증, 관리만 잘 하면 언젠가 호전될 수 있는 부분인가요?
고재철 교수 = 사실 암이 완치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통증 질환이 통증 자체나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환자분들의 의지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약물치료, 중재적 시술, 약물주입펌프 등 다양한 옵션이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암이 모두 완치가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때에는 어떻게든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가장 먼저 말씀드렸듯이 통증을 줄이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만 많이 쓰게 되면 합병증도 많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마약성이기 때문에 의식도 흐리고, 가족분들도 못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 것 보다는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실 수 있고, 정리할 시간도 있고, 삶의 질 자체도 증진 시킬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분의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고재철 교수 = 제가 소개해드리고 싶은 분이 계십니다. 직장암 전이 환자분이셨는데, 이 분은 통증이 심해 항암 치료에 대한 의지를 많이 상실하시고, 침대에만 누워서 지내고 계셔서 활동에 대한 의지조차 없던 분이셨어요. 누워만 지내시다보니 여러 장기 부전이 발생하고, 패혈증도 4~5번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도로 상태가 아주 안 좋았습니다. 계속된 합병증으로 더 이상 치료도 불가능한 상태였죠. 그래서 이 분에게 통증 조절을 위해 펌프 시술을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실은 좀 위험했죠.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펌프 시술은 기대여명 1년 이상인 분들에게만 시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보다 더 좋지 않은 상태인 분이셨으니까요. 그런데 이 분이 시술을 받고 통증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일상생활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합병증도 안 생기게 되고요. “오래 못 사실 것 같다.”는 얘기까지 들으셨던 분인데 시술 이후로는 암 치료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의지를 갖게 되셨고, 제게 거의 오시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있어서 통증조절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척수강내 약물주입펌프 시술 장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제공)
Q. ‘척수강내 약물주입펌프’ 시술은 어떤 사람이 받을 수 있나요?
고재철 교수 = 사실 ‘기대여명 1년’이라는 것이 보험급여 기준입니다. 그래서 적응증은 기대여명 1년 이상이며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부작용이 심하거나 경구 모르핀 기준으로 200mg 이상 쓰는 환자일 경우에 척수강 내 펌프 시술을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적응증 외에 전신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도 시술 후 개선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상태가 아주 나쁘지만 않다면 환자분들의 삶의 질 개선 및 상태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술하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펌프 시술 가격도 우리나라 암 환자에게는 산정특례가 적용되어 암성통증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 5%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펌프 외에도 중재적 시술, 신경파괴술 등의 치료도 본인 부담금 몇 만원 이내에서 모두 시술이 가능하니 환자분들은 놓치지 마시고, 무조건 마약성 진통제보다 다양한 치료 옵션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치료에 대한 의지도 포기하지 말고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암과 싸우고 계신 많은 환자와 보호자분들께
고재철 교수 = 암, 이제는 극복할 수 없는 질환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치료법도 개발되고 치료에 대한 좋은 사례들도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암 환자분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암을 극복할 수 있다!’라는 의지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더 이상의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통증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분명히 있으니 저희 의료진을 통해서 그런 옵션을 잘 알아보시고 선택하셔서 많은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