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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이식수술의 대가, 백효채 교수"
대가에게묻는다
3분
대가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오늘 주인공은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백효채 교수입니다. 폐이식수술의 대가입니다. 지금까지 205명의 환자에게 폐이식수술을 집도했고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수술의 절반이나 된다고 합니다. 폐이식에 관한 한 독보적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공로로 최근 바이엘 임상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폐이식수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 부부가 선천성 기형 어린이를 미국으로 데려가 무료로 수술해준다는 뉴스를 보고 외과의사로서 우리 환자는 우리가 살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취재해보니 미국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세계 최초 폐이식수술은 1963년 미국 미시시피대에서 시행됐지만 환자는 18일만에 사망했습니다) 장기생존에 성공한 최초의 폐이식은 1983년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이뤄졌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폐이식수술을 선도하는 그룹도 여전히 토론토대다. 우리나라에선 1996년 최초로 시술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두연 교수팀이다. 나도 당시 조교수로 수술에 참여했다. 지금은 한 달에 5명꼴로 수술한다”
폐이식수술은 어떤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나?
“주로 폐섬유화증이다. 폐가 말랑말랑하지 않고 딱딱하게 굳는 병이다. 아직 원인을 잘 모른다. 얼마 전 사회문제화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도 폐섬유화증 환자라고 볼 수 있다. 풍선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지 못하므로 이식하지 않으면 숨을 쉬지 못해 죽는다. 실제 내가 집도한 폐이식수술의 절반가량이 폐섬유화증이다. 최근 폐기종이나 만성기관지염 등 만성폐쇄성 폐질환도 중요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한 경우 눈앞의 촛불도 끄지 못할 정도로 폐활량이 떨어진다. 이 경우 폐이식수술이 유일한 생존수단이다. 선진국에선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폐이식수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전체 수술환자의 10%를 차지하지만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상식과 달리 폐암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식해도 재발하므로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폐이식수술은 어떻게 하나?
“뇌사자로부터 폐를 기증받아야 한다. 좌우 양쪽 폐를 모두 한 사람에게 이식한다. 수술은 폐를 떼어내고 붙여주는 과정에서 산소호흡이 불가능하므로 에크모라 불리우는 체외산소교환장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기증자와는 혈액형과 크기만 맞으면 이식이 가능하다. 백혈병 환자의 조혈모세포 이식술처럼 조직적합성 항원이 일치해야 하는 등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은 대개 밤에 이뤄진다. 뇌사판정 후 기증동의 절차가 대개 낮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술시간은 8시간~10시간가량 걸린다. 그래서 새벽이라야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기증된 폐는 대기환자의 위중도가 중요하게 반영되어 배분된다. 상태가 안좋고 오래 기다릴수록 우선순위가 높다. 평균 대기시간은 가늠하기 어렵다. 운 좋으면 며칠 만에 폐이식수술을 받기도 하나 어떤 경우는 1년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 얼마 전 폐섬유화증 환자는 3개월을 기다리다 중환자실에서 숨진 경우도 있다. 수술환자는 중환자실에서 1주일 정도 지내다 감염예방을 위해 1인실로 옮겨진다. 보통 한 달 정도 입원한다. 환자는 다른 장기이식과 마찬가지로 이식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나?
“건강보험적용이 되어도 최소 2천만 원 정도 든다(그러나 병원에 비치된 폐이식 안내 팸플릿을 보면 기증자 관리비용과 보존액 구입비, 상급 병실료까지 모두 합치면 4천만 원~5천만 원이 든다고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4명의 폐이식수술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은 평균 1억7천만 원이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습니다. 합병증 여부나 동반 질환 여부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성공률은 얼마나 되나?
“1년 생존율이 평균 80%가량 된다. 5년 생존율도 50~60% 정도 된다. 10년 이상 생존한 케이스도 있다. 수술 전 환자는 숨이 차서 일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수술 후 환자는 삶의 질이 현저하게 좋아진다. 목욕이나 산책 등 일상은 물론 등산과 여행도 가능하다. 어떤 환자들은 한라산을 등반하기도 한다. 다리가 폐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기억나는 환자들은?
“2011년 가습기 파동으로 사경을 헤매던 산모를 수술한 경우다. 당시 33세였던 이모씨인데 가습기 독성으로 인한 폐섬유화증이 심했다. (기사 검색을 해보니 둘째인 딸을 임신했을 때 아이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고 합니다. 숨이 차서 몇 미터조차 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기증자가 나타나 아기를 제왕절개로 먼저 분만한 후 폐이식수술에 들어갔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있다. 병실에서 폐섬유화증이 심해 심장박동이 멈춘 경우도 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폐이식수술을 받았는데 지금은 완치돼 외래를 잘 다니고 있다. 폐이식수술후 10년까지 살다가 합병증이 생겨 양쪽 폐를 재이식한 경우도 있다. 한 환자에게 두 차례에 걸친 폐이식수술은 국내 최초였다. 43세 여자환자인데 안타깝게도 6개월 후 사망했다. 심실중격결손과 동맥관개존증, 폐동맥고혈압이 동시에 나타난 어려운 케이스였다. ”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장기이식과 관련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폐도 간처럼 생체 부분 폐이식이 이뤄지면 좋겠다. 즉 뇌사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이 폐의 한쪽 엽을 기능하는 경우다. 두 사람이 기증하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일본의 경우 30%가 생체 부분 폐이식이다. 둘째, 뇌사자뿐 아니라 심장사도 기증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물론 생전 장기기증을 약속한 사람에 한해서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경우 전체 폐이식의 15%가 심장사 기증이다”
환자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은 것은?
“수술 전 준비다. 폐가 나쁜 사람들은 대개 체중이 매우 적다. 160cm 키에 33kg밖에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체중이 적으면 수술을 견딜 수 없다. 따라서 수술날짜를 잡고 나면 적극적인 운동과 영양섭취로 체중을 불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맛이 없어도 억지로 먹도록 한다. 그래야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대로 체중을 불리지 않으면 수술하지 못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내가 환자 사이에서 무서운 의사로 알려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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