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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가 말하는 늙지 않는 방법, 텔로미어 효과

동창회에 나가 본 사람이라면 많이 변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어쩜 쟤는 저렇게 늙었지.” “얘는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젊어진 것 같아” 심지어 이른 나이에 큰 병을 앓게 된 동창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경우들도 있죠. 왜 같은 나이임에도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똑같은 40세인데도, 누군가는 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고, 누군가는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늙지 않는 비밀>의 저자는 텔로미어에 해답이 있다고 말합니다.

운동화 끈 끝에서 올이 풀리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애글릿을 아시나요? 주목해서 본 적은 없어도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염색체가 신발끈이라면 텔로미어는 애글릿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텔로미어는 세포재생 과정에서 각 염색체들이 분해되지 않도록 염색체 양끝단에서 보호덮개처럼 존재하는 부분을 일컫습니다.
텔로미어가 ‘늙지 않는 비밀의 열쇠’로 주목받게 된 것은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면 세포가 분열을 멈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이후부터입니다. 면역계, 창자, 뇌, 뼈, 췌장 등 우리 몸 곳곳에선 끊임없이 세포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이 건강하다는 건 세포교체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런데 세포재생을 거듭하면서 텔로미어 길이는 점점 짧아집니다. 젊은 사람의 경우엔 텔로미어 생성 효소인 텔로머라아제가 분비돼 다시 보충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의 텔로미어는 분열을 거듭하며 점점 짧아지다가 일정 길이에 도달하면 결국 세포 분열이 멈추게 됩니다. 애글릿이 풀어져 올이 다 드러난 신발끈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때부터 우리 몸은 노화가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노쇠한 세포 하나는 싱싱한 사과 바구니 속의 ‘썩은 사과 한 알’처럼 주위에 있는 세포들을 망치기 시작합니다. 결론적으로, 텔로미어가 우리 노화와 수명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텔로미어는 ‘노화시계’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텔로미어가 짧아져서 노화가 시작된다면, 거꾸로 텔로미어 길이를 조절해 노화를 늦출 수도 있을까요? 텔로미어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저자 블랙번은, 텔로미어의 마모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순전히 우리의 노력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늙지 않는 비밀>의 저자가 말하는 텔로미어 마모를 늦추는 생활방식들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스트레스 상황과 거리를 두자
저자는 스트레스가 텔로미어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습니다. 만성질환자인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들을 건강한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들과 비교한 것입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응답한 어머니일수록, 아이를 간병한 기간이 길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짧았습니다. 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텔로미어를 부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저자는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의 관점을 바꿈으로써 ‘스트레스 - 텔로미어 마모’라는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벌어진 일을 다시 떠올리면서’,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을 예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이 모두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저자는 해법으로 거리두기를 제안합니다. 거리두기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이뤄집니다.
부끄러운 과거의 일을 계속 떠올리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거리두기는 시각적 자기 거리두기입니다. 지난 일을 회상할 때 영화를 보는 것처럼 제3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밖에서 자신의 일을 지켜보는 시점변화만으로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이 고민이라면 언어적 자기 거리두기를 추천합니다. ‘나’라는 말 대신 3인칭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자신을 다른 사람처럼 여길 때, 위협과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겐 시간적 거리두기를 추천합니다. 곧 들이닥칠 일에 대해 걱정스러울 때마다 ‘10년 뒤에도 이 일이 여전히 영향을 미칠까?’ 묻는 것입니다. 내일의 스트레스 상황을 더 긴 세월 안에 위치시킬 때, 두려움은 희석되고 더 도전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이 어떤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위협반응’과 기대와 흥분을 느끼는 ‘도전반응’이 함께 일기 마련입니다. 발표를 앞두고 긴장되는 순간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 해보자”는 도전감정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간병인 연구에서도 텔로미어의 길이를 잘 유지해온 몇몇 예외적인 어머니들은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디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위협이 아니라 도전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텔로미어가 길었던 것입니다. ‘거리두기’는 불안감을 줄이고 도전감정을 키우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한 번에 40분씩 일주일에 세 번 운동하라
건강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죠.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지만, 운동은 텔로미어 마모 속도를 늦추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기분이 좀 나아지면 운동할거야. 지금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운동할 힘이 없거든”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우선순위 밖으로 밀어내곤 하지만 운동이 가장 필요할 때는 오히려 생활에 치이고 짓눌려 있다고 느낄 때라고 합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심리학자 엘리 퍼터먼이 스트레스에 지친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운동을 더 많이 할수록 스트레스 때문에 텔로미어가 마모되는 정도가 덜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이 안 하는 사람보다 텔로미어가 더 길다는 것은 쌍둥이들에게서도 확인된 사실이며, 운동을 하면 3시간까지 기분이 나아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요?
저자는 텔로머라아제의 양이 상당히 증가한다고 입증된 독일의 연구결과를 인용합니다. 자기 최대능력의 60% 정도로 걷거나 달리는 운동을 40분씩 일주일에 3번 하는 것입니다. 강도는 호흡이 가쁘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덜 힘들게 할 수 있는 수준의 인터벌 운동은 표로 정리했습니다.
▲출처- <늙지 않는 비밀 >
셋째, 열량제한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칼로리를 줄이려 노력하는 것은 텔로미어 길이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소식(小食)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상반된 내용입니다. UCLA 심리학 교수인 재닛 토미야마는 미국 전역에서 장기적으로 열량제한에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 조사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의 텔로미어는 정상 정도이거나, 과체중인 사람보다 길지 않았습니다.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열량을 제한하고 관찰한 연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구진은 혈액과 근육 등 다양한 조직의 텔로미어를 측정했는데, 열량을 조절한 원숭이와 평소대로 먹은 원숭이의 텔로미어 길이엔 아무런 차이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텔로머라아제 농도를 높이는 식습관은 무엇일까요? 책에선 아주 상세히 다루고 있지만, 본 기사에서는 두 가지만 단편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비타민D입니다. 체내 비타민D 수치가 높으면 전반적으로 사망률이 더 낮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저자 블랙번이 찾아낸 바로는 비타민 D 보충제의 효과를 조사한 연구가 한 건 있었는데, 비타민D를 하루에 2000IU씩 4개월 동안 투여하자 위약 대조군에 비해 텔로머라아제 농도가 약 20% 증가했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커피입니다. 커피와 텔로미어 관계를 살펴본 실험에서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만성 간 질환자 40여 명 중 일부에게만 1달 동안 하루에 커피 4잔씩을 마시게끔 하자, 커피를 마신 이들이 텔로미어가 유의미하게 더 길었습니다. 여성 4천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카페인을 함유한 커피를 마신 이들이 텔로미어가 더 길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늙지 않는 비밀>에서는 수면의 질, 운동, 식습관, 화학물질,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텔로미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뜬구름 잡는 듯한 조언이 아니라, 일반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실제적인 지침을 내려준다는 점에서 더 유익하게 다가옵니다.

텔로미어 길이는 우리 건강의 지표일 뿐 아니라, 우리가 유전적 한계를 감내하는 것 이외에도 건강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남아있다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세포부터 건강해지는 생활습관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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